아이와 함께하는 발효놀이 미소 된장 만들기
안녕하세요! 홋카이도에서 자연의 시간을 식탁에 담는 수진입니다. 한국에서 열흘 정도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본에서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한국에 가기 전, 아이들과 미소를 만들었어요.

오늘은 “미소 담그기는 어렵고 복잡해!”라는 편견을 깨고, 아이들과 함께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비닐봉지 으깨기 버전’ 레시피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고소한 콩 냄새를 맡으며 조물조물 만지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오감 놀이가 된답니다.
과학적인 발효 팁까지 꾹꾹 눌러 담았으니, 주말 놀이로 아이와 함 꼭 한번 도전해 보세요!
미소 담그기 재료
오늘 소개해 드리는 비율은 짠맛을 줄이고 누룩의 깊은 단맛과 풍미를 살린 비율이에요.
- 콩: 500g
- 쌀누룩(코지): 970g
- 소금: 190g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건 백태(베이지색 빛이 도는 콩)인데, 저는 백태로 만든 미소가 너무 많아 이번엔 다른 콩으로 만들었어요. 처음 도전 하시는 분들이라면 백태로 도전 해 보세요!
아이와 함께하는 미소 만들기 Step-by-Step
1. 콩 불리고 푹 찌기 (엄마의 준비 시간)
- 콩은 깨끗이 씻어 하루 전날(최소 12시간 이상) 물에 충분히 불려둡니다.
- 냄비에는 약 3시간, 압력솥을 이용하면 훨씬 빠르게 푹 쪄낼 수 있어요.
- 알맞게 익은 정도 체크법: 콩 한 알을 꺼내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 힘없이 사르르 부드럽게 으깨지면 완벽하게 잘 익은 거예요!
여기서 잠깐! 콩이 덜 익으면 안 되는 이유 콩이 덜 익어서 콩 자체에 수분이 너무 없으면, 나중에 누룩과 섞었을 때 발효에 필요한 균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요. 수분이 너무 부족하면 미소가 딱딱해지고 발효가 더뎌지다가 결국 부패할 위험이 커집니다. 통통하고 촉촉하게 찌는 것이 첫 번째 성공 열쇠예요!

2. 비닐봉지에 넣고 신나게 으깨기 (아이들 놀이 시간)
- 잘 익은 콩을 한 김 식힌 뒤, 튼튼한 지퍼백이나 비닐봉지에 넣어줍니다.
- 이제 아이들을에게 패스! 손으로 조물조물 주무르고, 발로 꾹꾹 밟으며 콩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신나게 으깨게 해주세요.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랍니다) 콩이 완전히 식은 게 아니라 잔열이 있기 때문에 조물조물 하는 동안 아이가 따뜻해~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더라고요.

3. 누룩 소금과 섞기
- 또 다른 비닐 봉지에 쌀누룩과 소금을 넣고 섞어줍니다.
- 으깬 콩의 비닐쪽에 섞은 쌀누룩과 소금을 넣고 치대가며 섞어줍니다. 여기서 덜 으깨진 콩도 보일텐데 하나씩 콕콕! 누르며 으깨주세요. 이때 물이 너무 적은 것 같다 싶으면 콩 삶은 물을 약간씩 더해 주세요.


4. 동글동글 ‘미소 볼’ 빚어 던지기
- 잘 섞인 반죽을 야구공 크기(동글동글한 모양)로 예쁘게 빚어줍니다.
- 왜 동글동글 빚을까요? 미소를 보관할 통에 담을 때 빈틈(공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예요. 공기를 쏙 뺀 미소 볼을 통 바닥에 팍! 팍! 소리가 나게 세차게 던져 넣으면서 빈틈없이 밀착시켜 줍니다.
- 피부가 약한 아이들에겐 소금이 자극적일 수 있어요. 아이들은 장갑을 끼고 하거나, 이 작업은 어른들만 하는걸로!

발효 과학: 미소는 ‘혐기성’입니다!
미소를 통에 다 채웠다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남아있습니다.

미소를 발효시키는 유산균과 효모들은 공기(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미생물’이에요. 공기와 닿으면 몸에 좋은 발효균 대신 해로운 곰팡이나 잡균이 번식해 미소가 상해버립니다.
그래서 부패 방지 차단막을 쳐줄 필요가 있어요.
- 소금과 술지게미(사케카스) 얹기: 빈틈없이 꾹꾹 눌러 담은 미소 맨 윗부분에 소금을 얇게 피복하듯 뿌려주고, 그 위에 술지게미(사케카스)를 이불처럼 도톰하게 덮어줍니다.
- 효과: 소금의 염분과 술지게미의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잡균과 산소를 완벽하게 차단해 줍니다. 곰팡이가 피는 것을 막아주어 미소가 상하지 않고 안심하고 맛있게 익어갈 수 있도록 보호막 역할을 톡톡히 해내죠.
- 1년 뒤에는 표면의 술지게미 부분만 따로 건져내 주세요. 미소의 감칠맛과 술지게미의 감칠맛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양념장이거든요! 이 양념장에 고기나 생선을 재운 뒤 구워보세요! 고급 료칸에서 먹는 생선구이 맛을 집에서 연출 해 낼 수 있어요!
- 표면을 술지게미로 덮었다면 마지막으로 높은 도수의 술이나 파스토리제 같은 음식에 닿아도 되는 소독제로 미소 통의 가장자리를 살균합니다. 그리고 공기가 최대한 닿지 않게 랩을 지게미에 밀착 시켜 주세요.




이렇게 미소 만들기 끝! 이 아니라
우리집 미소만의 특별한 이름 지어주기
저는 매년 새로 담그는 미소에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곤 해요. 미소 역시 숨을 쉬며 열심히 자라나는 살아있는 미생물들이라, 이름을 불러주면 훨씬 더 애정이 가고 자주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이번에는 싱그러운 풋콩을 베이스로 썼고, 또 마침 풋풋한 아이들의 손길을 모아 함께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올해 저희 집 미소의 이름은 ‘풋풋미소’라고 지어주었답니다.
미소를 보관하는 통 귀여운 이름표를 붙여두니 벌써부터 애틋한 마음이 생겨나요. 여러분도 이번 미소 담그기 시간에는 그날의 온도와 공기, 가족과의 추억을 가득 담아 우리 집만의 특별한 이름을 선물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단순한 요리를 넘어, 일 년 내내 식탁 위에서 꺼내 볼 가장 따스하고 특별한 기억이 되어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