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활용도 200% ‘시라보시(白干し) 우메보시’ 만들기

SUJIN KIM

안녕하세요! 홋카이도에서 계절의 시간을 식탁에 담아내는 fermentspot입니다.

일본 주방에 여름이 되면 집집마다 하는 일이 있어요. 일 년 내내 우리 집 식탁을 정갈하게 지켜줄 ‘우메보시(일본식 매실절임) 담그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실청(매실을 설탕에 절이는 요리)을 많이 담는 것과 달리 일본은 매실을 소금에 절이더라고요. 처음엔 매실이라는 달콤하면서 새콤한 이 과육을 소금에 절인다고? 그 조합이 의아했는데요, 일본에 오래 살게 될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일본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우메보시 만드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서 혹은 일본 여행 중 역이나 슈퍼에서 파는 도시락을 봤을 때, 밥 위에 올라가있는 동그랗고 빨간 무언가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것이 바로 우메보시 입니다.

그래서 우메보시라고 하면 붉은 차조기(붉은 시소)잎을 넣은 빨간 우메보시를 많이 떠올리실 텐데요. 저는 차조기를 넣지 않고 투명하고 깨끗하게 말려내는 ‘시라보시(白干し) 우메보시’를 가장 선호합니다.

차조기 없는 ‘시라보시’ 우메보시를 선호하는 이유?

  1. 매실 본연의 향 집중: 차조기 특유의 강한 향이 매실에 베이지 않아, 노릇하게 익은 황매실 본연의 풍부한 과향을 오롯이 즐길 수 있습니다.
  2. 최고의 만능 조미료: 저는 우메보시를 씨를 빼고 곱게 다져서 각종 무침, 소스, 생선 조림, 드레싱 같은 요리 조미료로 자주 사용해요. 이때 차조기가 들어가지 않은 시라보시는 메인 요리의 풍미를 가리지 않고, 깔끔한 산미와 감칠맛만 쏙 더해주는 완벽한 만능 조미료 역할을 해준답니다!
  3. 여기서 잠깐, 그럼 차조기는 왜 넣는거지? 차조기에는 ‘페릴알데하이드(Perillaldehyde)’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이 성분은 매우 강력한 항균 및 방부 작용을 합니다. 과거 냉장고가 없던 시절, 염장한 매실에 차조기를 함께 넣으면 곰팡이나 유해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2중으로 차단해 주어 우메보시를 수년, 수십 년 동안 상하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우메보시를 냉장고에 보관을 할 수도 있고, 저의 경우, 1년 먹을 양을 매해 담가먹기에 그렇게 장기 보관이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는 힘, 매실 속 ‘구연산’의 비밀

전통 방식으로 푹 익혀낸 우메보시에는 시큼한 맛을 내는 ‘구연산(시트르산)’ 성분이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이 구연산이 유독 여름철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이유가 있어요.

  • 피로 물질 배출 (젖산 분해): 무더위와 높은 습도에 노출되면 우리 몸에는 피로를 유발하는 물질인 ‘젖산’이 쌓이게 됩니다. 매실의 구연산은 이 젖산을 빠르게 분해하여 체외로 배출시켜 주어, 여름철 만성 피로와 찌뿌둥함을 해소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 살균 및 소화 촉진: 기온이 올라가면서 음식을 먹을 때 배탈이나 식중독 위험도 함께 높아지죠. 우메보시의 강력한 산 성분은 위장 내 유해균을 살균해 줄 뿐만 아니라, 위액 분비를 촉진해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도와 장 건강을 든든하게 지켜줍니다.

시라보시 우메보시(白干し梅干し) 황금 비율 (매실 2kg 기준)

전통 방식의 시라보시는 보존성을 높이고 곰팡이 실패 확률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18~20%의 높은 염도로 만드는 것이 정석입니다.

  • 황매실: 2kg (알이 굵고 노랗게 향이 올라온 황매실)
  • 소금: 360g ~ 400g (매실 무게의 18%~20% / 천일염 추천)
  • 소독용 도수 높은 술: 약간 (소주나 35도 이상의 과실주, 소독 용도)

염도 18~20%의 비밀

염도가 낮으면 발효 과정에서 곰팡이가 피기 쉬워요. 18~20%로 단단하게 잡아주면 방부제 없이도 몇 년이고 상하지 않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숙성이 되면 짠맛이 아닌 감칠맛이 아주 강하게 느껴집니다. 조미료로 쓰면 따로 소금이 필요하지도 않고 간이 딱 맞아떨어져요!

시라보시 우메보시 만드는 과정

1. 매실 손질 및 소독하기

  • 황매실은 상처가 없는 것으로 골라 물에 가볍게 씻은 뒤, 이쑤시개로 꼼꼼하게 꼭지를 따줍니다. (꼭지를 떼어내지 않으면 쓴맛이 나고 곰팡이의 원인이 돼요!)
  • 물기를 면포나 키친타월로 단 한 방울도 남지 않게 완벽하게 말려줍니다.
  • 소독한 용기에 매실을 넣기 전, 분무기에 고도수 술을 담아 매실과 용기 내부에 살짝 뿌려 소독해 줍니다.

2. 소금 켜켜이 쌓기 (매초 유도)

  • 소독된 용기 바닥에 소금을 살짝 깔고, 매실 ➔ 소금 ➔ 매실 ➔ 소금 순으로 켜켜이 쌓아줍니다.
  • 맨 윗부분에는 매실이 보이지 않도록 소금을 두툼하게 덮어줍니다.
  • 누름돌(혹은 물을 채운 지퍼백)을 올려 매실에서 즙(매초: 梅酢)이 올라오도록 눌러줍니다. 서늘한 곳에 두면 2~3일 내로 맑은 매초가 위로 찰랑거리며 올라옵니다.

3. 3일간 햇빛에 말리기 (도요보시: 土用干し)

  • 장마가 끝나고 햇살이 가장 뜨거운 7월 말~8월경, 매초에 잘 절여진 매실을 꺼내 말림망에 서로 닿지 않게 펼쳐줍니다.
  • 한여름 강렬한 햇빛과 바람에 볕으로 3일간 말립니다. (중간에 매실을 한 번씩 뒤집어주어 골고루 햇볕을 받게 해주세요.)밤 기온이 낮은 홋카이도에 사는 저는 밤에는 집 안으로 말림망을 넣어놓았는데요, 밤에도 기온이 높은 시기라면 그냥 쭉 밖에 놓아도 상관없습니다.
  • 햇빛을 받으면서 매실 표면이 뽀얗고 몰랑몰랑하게 변해갑니다.

4. 완성 및 숙성

  • 3일간 잘 말린 매실을 소독한 유리병에 담고 서늘한 곳에서 숙성에 들어갑니다.
  • 만든 직후보다 최소 3개월~1년 이상 숙성시켰을 때 염분이 매실 속으로 깊이 녹아들며 감칠맛이 폭발하게 됩니다.
  • 만든 직후는 사진처럼 매실을 갈라보았을 때 노란빛이 돌아요. 이게 숙성을 거치며 점점 붉게 색이 변합니다.

우메보시로 나는 여름

땀을 많이 흘려 쉽게 지치고 기운이 빠지는 여름날, 씨를 쏙 발라내어 도마 위에서 잘게 다진 시라보시 한 스푼을 시원한 메밀국수에 얹거나 오이무침에 살짝 넣어보세요. 입안 가득 번지는 청량한 산미가 몸을 깨우고, 요리의 기품을 한 단계 올려줄 거예요.

올해는 계절의 볕과 건강한 구연산을 가득 담은 나만의 만능 조미료, 시라보시 우메보시 한 병 품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메보시 활용 레시피
식상한 간장조림 대신 아삭하고 상큼한 ‘일본식 연근 샐러드’ 킥은 바로 우메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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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일 북쪽, 홋카이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일본의 가정식, 발효음식, 그리고 재료 본연의 힘을 살린 순한 레시피들을 기록합니다. 시간이 빚어낸 발효의 깊은 맛과 신선한 원물 그 자체가 우리 몸을 가장 자연스럽게 치유해 준다고 믿으니까요. 자극 없는 따뜻한 밥상과 홋카이도의 맑은 공기가, 이 공간을 들러주시는 모든 이의 일상에서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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