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발효 일기_1년의 기다림, 드디어 열어본 수제 미소. 비율에 정답은 없습니다.

SUJIN KI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제가 미소를 보관하는 용기도 같이 소개 해 드릴게요. 

작년 5월, 신랑이 농사 연수 중인 농장에서 콩을 한가득 받아왔습니다.

봄에는 아스파라거스, 여름에는 브로콜리와 가지, 가을에는 콩과 단호박, 쌀이 차례로 고개를 내미는 생명력 넘치는 곳이죠. 대지가 내어준 이 소중한 결실을 저희 가족에게 나누어 주시니, 항아리에 담는 내내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정성스럽게 치대어 법랑 용기에 담았던 미소를 오늘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약1년을 기다려 마주한 미소는 그동안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깊고 구수한 향기를 내뿜네요.

오늘은 이번 미소의 레시피와 함께, 여러분도 집에서 자신만의 미소를 디자인해 보실 수 있도록 ‘맛을 결정하는 비율의 마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2025년 5월 도레미 미소 레시피

신랑이 농사 연수를 받고 있는 농장 이름이 도레미팜 입니다. 그래서 이번 미소의 이름은 도레미 미소라고 지었어요. 미소를 담글 때마다 이렇게 이름을 지어주면 괜시리 애정이 더 생깁니다. 이번에 제가 담근 미소의 배합은 이렇습니다.

  • 콩: 1.1kg (삶기 전 건조 상태)
  • 쌀누룩(코지): 1.2kg
  • 소금: 0.48kg

저는 이번에 누룩의 양과 콩의 양을 거의 비슷하게 잡았는데요. 집집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이 비율이 달라지는 것이 바로 집된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된장은 어떤 맛으로 익었을까?” 하고 항아리/법랑 용기를 열 때의 그 설렘 말이죠.


2. 비율이 맛을 결정한다: 누룩 vs 콩 (몇 ‘와리’ 미소인가)

미소를 만들 때 정답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맛의 방향에 따라 비율을 조정해 보세요.

일본에서는 콩 대비 누룩의 비율을 ‘와리(割)’라는 단위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콩 10에 누룩이 10이면 ’10와리(10割)’, 누룩이 콩의 두 배면 ’20와리(20割)’라고 합니다.

  • 누룩이 많을수록 (15와리~20와리): 단맛이 강해지고 발효 속도가 빨라집니다. 일본 교토의 ‘사이쿄 미소’처럼 은은한 향긋함과 부드러운 감칠맛을 선호하신다면 누룩 비중을 높여보세요. 누룩의 소화 효소 덕분에 훨씬 달큰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납니다. (이번 제 미소는 누룩을 넉넉히 넣은 11와리 정도의 배합이에요!)
  • 콩이 많을수록 (5와리~10와리 미만): 우리가 흔히 아는 된장처럼 묵직하고 구수한 맛이 깊어집니다. 찌개를 끓였을 때 든든한 바디감과 전통적인 장맛을 원하신다면 콩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숙성 기간을 길게 가져갈수록 그 깊이는 더 진해지죠.
  • ‘와리(割)’란? 일본어로 ‘비율’을 뜻해요. 쌀누룩의 양이 콩 대비 몇 할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랍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누룩의 은은한 단맛이 살아나는 ‘코지 미소’에 가까워져요!

3. 소금의 염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실패 없는 꿀팁)

요즘 저염이 유행이라지만, 발효에 있어서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닌 미생물들의 안전한 집을 만들어주는 필수 장치입니다.

저는 무조건적인 저염보다는 발효가 안정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염도 10~12%를 선호합니다. 소금이 적당해야 잡균의 번식을 막고, 콩의 단백질이 감칠맛으로 변하는 시간을 충분히 벌어주거든요.

그렇다면 “우리 집 된장 염도는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고민되시죠?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 시중 제품의 성분표 활용하기: 마트에서 파는 평소 즐겨 드시는 된장이나 미소 뒷면의 영양성분표(열량표)를 확인해 보세요. 거기에 적힌 ‘나트륨’ 함량을 바탕으로 염도를 계산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맛이 대략 몇 퍼센트의 염도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 나만의 기준 세우기: 시중 제품의 맛을 기준으로 “이것보다 조금 더 깊은 맛을 내고 싶다” 혹은 “이 정도면 딱 좋겠다”라는 기준을 세워보세요.

남들이 말하는 기준보다 중요한 건, 내 입맛이 기억하는 최적의 맛을 찾는 것입니다. 시중 제품의 수치를 가이드 삼아 나만의 황금 염도를 찾아가는 과정, 생각보다 재미있답니다!

마무리

많은 분이 “정확한 레시피가 뭐예요?”라고 물으시지만, 사실 집된장에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매년 그해의 기온, 사용하는 콩의 상태,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비율을 조금씩 바꿔가며 나만의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 그렇게 수천 가지의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My발효의 진짜 묘미거든요.

여러분도 올해는 자신만의 직관을 믿고 콩과 누룩을 섞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년 이맘때 항아리를 열었을 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러분만의 미소가 반겨줄 거예요.

항아리 속 미소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미처 다 으깨어지지 않은 콩알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정교한 기계로 갈아낸 시중의 미소였다면 결코 만날 수 없는 모습이죠.

하지만 저는 이 투박함이 참 좋습니다. 찌개를 끓였을 때 입안에 기분 좋게 걸리는 콩알의 식감은 ‘이건 진짜 집에서 만든 된장이야’라고 말해주는 증거 같거든요. 완벽하게 매끄럽지는 않아도, 그 틈 사이마다 1년의 시간과 정성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만 같습니다.

조금 덜 으깨어지면 어떤가요? 그게 바로 우리 집만의 개성이고 매력인걸요. 여러분도 올해 미소를 담그신다면 너무 완벽하게 으깨려 애쓰지 마세요. 그 투박한 콩알 하나하나가 내년 식탁에서 가장 반가운 ‘집 된장의 맛’이 되어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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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Home for Easy Fermentation
일본 제일 북쪽, 홋카이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일본의 가정식, 발효음식, 그리고 재료 본연의 힘을 살린 순한 레시피들을 기록합니다. 시간이 빚어낸 발효의 깊은 맛과 신선한 원물 그 자체가 우리 몸을 가장 자연스럽게 치유해 준다고 믿으니까요. 자극 없는 따뜻한 밥상과 홋카이도의 맑은 공기가, 이 공간을 들러주시는 모든 이의 일상에서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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