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기다림, 아이와 함께 담근 수제 미소된장 개봉기 (실패 없는 콩 찌는 법 & 비닐팩 꿀팁)
홋카이도에서 부지런하게 발효의 힘을 실천하는 농부입니다.
작년 이맘때, 딸래미와 함께 담갔던 수제 미소가 딱 1년을 꽉 채웠습니다. 1년을 맞이해 드디어 뚜껑을 열었는데, 1년의 시간이 빚어낸 눅진하고 구수한 향이 너무 좋더라고요.

점심으로는 심플하게 두부와 대파만 넣고 미소된장국을 끓여 보았습니다. 시판 된장도 물론 맛있는 게 많지만 그래도 우리집만의 장은 다른 설렘을 주는 것 같아요.
일본식 미소는 한국식 된장보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 쉽다는 점이 이점인 것 같아요. 재료는 누룩, 콩, 소금 이 세개면 충분하니까요.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미소와 한국의 미소가 어떤 점이 다르며, 주재료인 콩을 어떻게 익히면 좋은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소 만드는 법(각 재료의 양과 공정)에 대한 건 다음 피드에 올려보도록 할께요!
1. 미소 담그기의 8할, 콩은 무조건 ‘압력솥’으로!
미소를 만들 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된 작업이 바로 ‘콩 익히기’입니다. 일반 냄비에 콩을 삶으면 반나절 내내 불 앞을 지키며 물을 보충해야 하고, 자칫하면 속까지 푹 익지 않아 낭패를 보기 십상이죠.
그래서 저는 무조건 ‘압력솥‘에 쪄요. 물에 충분히 불린 콩을 압력솥에 넣고 찌면, 시간도 절반 이하로 훅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엄지와 검지로 살짝만 쥐어도 버터처럼 스르륵 으깨질 만큼 완벽하게 익습니다. 질척이지 않고 포슬포슬하게 익어서 발효도 훨씬 잘 된답니다.

2. 포테이토 매셔 대신 ‘김장용 비닐팩’이 치트키!
익은 콩을 으깰 때 어떤 도구가 힘이 덜 들까 몇번을 고민 하고 깨달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포테이토 매셔나 절구도 사용 해 보았지만 5키로 이상의 콩을 도구로 으깨다 보면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프더라고요.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크고 튼튼한 ‘김장용 비닐팩(두꺼운 비닐봉지)’입니다.
비닐팩 안에 한 김 식힌 콩을 듬뿍 넣고 꽁꽁 묶은 뒤, 주먹으로 퍽퍽 내리치거나 밀대로 사정없이 밀어주세요. 힘을 들이지 않아도 순식간에 곱게 으깨집니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만들 때 이 비닐팩이 최고의 위력을 발휘합니다. 음식을 만들 땐 체험 겸 교육 목적으로 아이와 함께 만드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아이가 매셔로 으깨면 힘이 부족하기도 하고 사방으로 아까운 콩이 튀어버립니다.
김장 봉지째로 아이에게 던져주고 맘껏 주무르고 밟아보라고 하면 아이 손이나 옷에 콩물이 묻지 않아 깔끔하고, 거실에 콩 부스러기가 떨어질 일도 없습니다. 아이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신나는 촉감놀이를 해서 좋고, 저는 일손을 크게 덜 수 있으니 완벽한 일석이조죠!

3. 알쓸신잡: 한국 ‘된장’과 일본 ‘미소’는 뭐가 다를까?
콩으로 만든 발효장이라는 점은 같지만, 맛을 결정하는 ‘발효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 한국의 된장 (시간과 기다림의 미학): 삶은 콩을 찧어 ‘메주’를 빚은 뒤, 짚으로 묶어 띄우고(자연 발효) 소금물에 담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묵혀냅니다. 여러 미생물이 작용해 굉장히 깊고 복합적인 감칠맛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 일본의 미소 (누룩의 달큰한 마법): 콩으로 메주를 쑤는 과정을 생략합니다. 삶은 콩에 곧바로 ‘누룩(코지)’과 소금을 섞어 발효시킵니다. 쌀이나 보리에 배양된 누룩균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발효를 일으켜, 된장보다 숙성 기간이 짧고 특유의 은은하고 달큰한 맛이 나는 것이 매력입니다.

[마무리]
1년 전, 비닐봉지를 퍽퍽 두드리며 장난치던 아이의 웃음소리가 이 된장독 안에 고스란히 발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첨가물 하나 없이, 콩과 누룩 그리고 소금만으로 꽉 채운 1년의 시간. 당장 이 건강한 수제 미소를 듬뿍 풀고 제철 채소를 가득 넣어 끓인 든든한 장국으로, 오늘 하루도 에너지가 넘치게 팍팍!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사 먹는 것도 좋지만, 내 손으로 직접 빚어내는 부지런한 식탁. 여러분도 이번 봄엔 비닐팩 하나 준비해서 활기차게 미소 담그기에 도전해 보세요!
